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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반세기, 세대교체기 맞은 한인경제…전통 업종 아직은 건재…변화 흐름은 시작 

한인 비즈니스가 세대교체를 맞고 있다. 미국 이민이 본격화 한 지도 반세기에 가깝다. 1세대가 은퇴를 하고 1.5, 2세대가 한인경제의 전면에 나서는 시점이다. 이런 현상은 LA와 뉴욕을 포함해 비교적 큰 한인상권을 형성한 대부분 도시에서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민 1세대는 신분과 언어적 제약 등으로 노동집약적 서비스업에 주로 종사했다.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식당과 세탁, 그로서리, 미용, 뷰티서플라이, 패션업 등이 주류를 이룬다. 

한인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업종은 숙박과 요식업으로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손님들이 뉴욕 맨해튼의 한인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2년 전 아시안아메리칸 정의센터(AAA)와 아시안아메리칸연맹(AAF)이 센서스국의 비즈니스 서베이 2007년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2014 아시아계 경제 및 비즈니스 현황'을 보면, 한인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업종은 식당을 포함한 요식업이었다. 점유율 면에서는 세탁업이 많았고 그밖에 그로서리 등 소매업, 미용과 의류 도매업 등 종사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인 통계가 분류되는 가장 최근 자료인 2012 센서스 내용을 살펴봐도 한인들은 여전히 식당 등 요식업 종사가 압도적이다. <아래 표 참조> 

하지만, 2012 자료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전문직 종사자 수의 변화다. 2007년 1만8580명에서 5년 후에는 16% 가까이 증가한 2만1536명으로 늘었다. 후세대들은 부모세대의 가업을 잇기보다는 의사나 변호사, CPA 등 전문직과 기업체나 정부기관 취직을 통해 주류사회에 편승하고 있다. 이로 일부 도시의 한인상권은 조금씩 와해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창간 43주년을 맞아 LA를 비롯해 뉴욕, 시카고, 애틀랜타, 워싱턴DC 등 주요 한인상권이 형성된 곳의 중앙일보 지사와 한인 경제단체, 총영사관 관계자 등을 연결해 현지 한인경제의 특성을 돌아보고 변화하는 미주 한인경제의 현주소도 조망해 봤다. 

주요 도시의 한인상권 특성 

식당·세탁·미용업 등 대부분 비슷 
1세대들 은퇴로 한인경제권 변화
후세들 전문직·취업 등 주류 편입 


LA

한인 거주인구와 사업체 수에서 다른 주요 도시들에 비해 월등하다. 1세대 비즈니스도 대형 기업화 한 곳이 많아, 타지역보다는 가업을 잇는 경우도 눈에 띈다. 물론 전문직 진출도 많아 은행이나 변호사, CPA 등의 활동도 두드러진다. 많은 비즈니스가 LA한인타운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으며, 은행, 부동산, 마켓, 식당, 패션업이 큰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의류산업은 고전 중이지만 여전히 LA한인경제를 이끌고 있다. LA자바시장의 중심인 샌피드로 홀세일마트 전경.

은행은 미주 전체 18개 은행 중 나스닥 상장 3개 포함 7개가 가주에 본사를 두고 있다. 자산규모도 연방예금보험공사에 보고된 2016년 4분기 기준으로 214억8890만8000달러다. 한인은행 전체 자산규모(277억1897만7000달러)의 77.5%나 된다. BBCN과 윌셔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뱅크오브호프는 자산규모 134억 달러의 수퍼리저널뱅크로 전체 은행 자산의 절반 가깝게 차지하고 있다. 

주택가격과 렌트비 인상으로 건설경기가 매우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되고 있는 주거용 부동산 개발은 난개발 우려 속에 20여 건이나 진행되고 있다. 전국 최대규모의 상업용부동산 관리 및 개발업체인 제이미슨 프로퍼티가 다세대 주택건설을 주도하면서 LA한인타운 지형 변화를 이끌고 있다. LA와 오렌지카운티를 포함한 남가주 마켓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9월 현재, 남가주에는 10개 업체 32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LA한인타운에만 10개 마켓이 성업 중이다. 

한인타운 내 업소 수로만 치면 식당이 가장 많을 것이다. 오픈과 폐점이 가장 활발한 업종이기도 하다. 

LA한인경제의 젖줄이라는 의류산업은 최근 몇 년간 의류 도소매 경기가 침체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인의류협회가 2016년 업소록 발간을 위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LA 한인의류업체 수는 1300곳으로 2년 전에 비해 26%가 감소했다. 

뉴욕

LA 다음으로 한인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지만 한인경제 비교는 5분의 1수준이다. 다른 한인 도시처럼 세탁과 그로서리, 청과, 미용, 네일, 식당 등 스몰비즈니스 위주다. 40년 전 초기 가발 사업으로 시작해, 잡화 도소매, 청과와 수산물, 세탁, 네일 등으로 업종 다변화를 거친 후 30년 이상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한 때 의류제조의 메카 구실을 했지만 개발 경기에 밀려 지금은 많이 축소됐다. 다만, 뉴욕 인근에 유명 패션스쿨이 많아 디자인 관련 산업에 한인 유학생들이 늘고 다수의 소규모 부티크들이 영업 중이다. 

이민 1세대의 은퇴로 스몰비즈니스는 감소하는 추세다. 뉴욕경제인협회 김권수 회장은 "1.5, 2세대들의 기업체 취업으로 주류사회 편승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 지상사들이 많지만 삼성이나 LG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오피스 역할을 하는 정도이고 그나마도 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옥타 뉴욕지회 장경민 회장은 "LA와 달리 뉴욕은 1세대 비즈니스를 승계하는 것보다는 유학생이나 지상사 출신이 정착해 새로운 1세대 비즈니스 창업이 많다. 물론, 그들의 창업도 다시, 미용, 뷰티, 식당, 부동산 등으로 유사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여행, 인터넷 쇼핑몰, 패션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권이 맨해튼, 플러싱, 뉴저지로 3분화 돼 있는 것은 도시 지명도에 비해 한인경제권이 발달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다. 

애틀랜타

한국기업들 영향력이 큰 지역이다. 조지아주의 기아자동차 생산공장과 인근 앨라배마주에 현대자동차 생산공장이 있다. 관련 자동차 부품 하청업체들도 수십 곳이 포진해 있어 애틀랜타를 중심으로 한인경제 활동이 이뤄진다. 

자동차 산업이 활성화하면서 한인인구도 늘고 경기도 타지역에 비해서는 괜찮은 편이다. 2015년 센서스국 조사에 의하면 애틀랜타 한인 인구는 5만1000명으로 2010년 4만8700명에 비해 4.7% 증가했다. 다른 한인 밀집 도시들과 비슷하게 한인경제는 그로서리, 세탁, 리커 등이 주축이다. 한인경제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메트로시티, 제일, 노아은행 등 지역 한인은행이 자본융통을 돕고 있다. 

애틀랜타에는 주류 항공사인 델타항공 본사도 있다. 많은 한인들은 델타항공 본사 인근에서 가방, 의류, 액세서리 등 다양한 잡화도매업에 종사하고도 있다. 

업체 22만5000개…연매출 1078억불
한인들 호텔& 식당 종사 가장 많아 


시애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이 있는 시애틀 한인경제는 변화시점에 있다. IT 관련 업종이 호황을 누리면서 인구 유입도 많고, 전체 경기도 대단히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 컴퓨터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젊은 한인들도 크게 늘었다. 

시애틀 한인타운에 서있는 상가 입간판.

시애틀 총영사관의 박경식 부총영사는 "지역 주류 경기가 대단히 역동적이다. 주변에 건축경기도 활발하다. 한인경제도 전체적으로 그런 혜택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한인타운이 LA처럼 형성돼 있지 않고, 업종도 크게 묶어서 그루핑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한인경제를 별도로 진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첨단 업종 확대가 지역 한인경제 발전과는 약간 동떨어진 탓에 큰 효과는 없다는 진단도 있다. 현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지냈고 현재 마켓 운영과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심재환 회장은 "비가 많은 지역이라 한동안 세탁업은 한인경제의 큰 축이었다. 하지만, IT 종사자들의 복장 자율화와 기능성 소재 옷이 늘면서 세탁소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등 하락세에 있다. 그로서리 운영도 규모를 어느 정도 갖추지 않은 곳은 가격 경쟁과 인건비 인상 여파로 점점 밀려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DC

70~80년대 유학생으로 왔다가 정착한 한인들이 대다수다. 지금도 대사관과 한국 지상사 본부가 많다. 한국에서 온 공무원과 지상사 직원들이 이민 한인들과 한인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민 1세대들은 그로서리, 세탁, 식당 등 영세 규모의 비즈니스를 운영하다가 지난 금융위기와 주택시장 붕괴로 인한 대공황 이후 은퇴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들 업종은 신규 이민자들이 대체하고 있다. 이민 2세대들은 영세 자영업을 잇기보다는 기업체에 취직하면서 주류사회에 편승하고 있다. 

시카고

한인상권이 번성했던 로렌스와 브린마 길의 한인 업체 수는 2000년 초반 140개에 육박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70여 개로 급감했고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민 1세대들은 주로 아프리칸 아메리칸을 상대해 세탁과 액세서리, 뷰티 관련 직업에 종사했지만 이들의 은퇴가 늘면서 한인상권도 위축되고 있다. 1.5, 2세대들이 의사, 변호사, CPA 등 전문직이나 기업체 취직이 많은 것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2000년 초까지만 해도 한인상가가 번성했던 시카고 로렌스(왼쪽)와 브린마길. 

한미 FTA 이후 범 시카고권으로 볼 수 있는 디트로이트를 포함한 중부지역 자동차 산업지대에는 조지아나 앨라배마주처럼 한국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다수 들어와 있다. CJ는 시카고를 중심으로 중부의 곡창지대 이점을 이용하기 위해 진출해 있기도 하다. 향후 한국 기업들의 많은 투자도 예고돼 있다. 

포스코는 인디애나주에, 디트로이트에는 LG전자의 자동차 부품공장이 건립될 예정이라 시카고 상권을 중심으로 한 일대 한인들의 기대가 크다.



김문호 기자· 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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